꿀벌 감소가 생태계 경고등인 이유
꿀벌 개체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최근 다시 활발하다. 국내 뉴스에서는 주로 양봉업자 분들의 피해 위주로 보도되지만 생태적 함의는 훨씬 크다.
양봉 꿀벌의 감소는 전체 꿀과 나비 감소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나비와 벌 등을 보하이만에서 채집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꾸준히 줄고 있어 동아시아 곤충 다양성이 심각한 위기라고 한다.(그림1, Yan Zhou et al., 2023, 이안 앵거스 블로그에서 재인용)

동아시아만의 일도 아니다. 영국, 독일 등지에서 훨씬 더 긴 기간에 걸쳐 수행된 연구들은 나비와 벌이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체량과 서식지가 감소해 왔고 아주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림2~4)



다음으로, 나비와 벌은 수만가지 곤충 중에 그나마 인류의 시야에 잘 들어오는 극히 일부에 속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 가는 전체 곤충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양봉 벌이 사라지는 와중에 나머지 곤충은 무사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농식품부 보도자료의 다음 대목은 관점이 너무 협소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그림5)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지구상에 곤충은 사람보다 약 10억 배나 많지만 그동안 동물(포유류 등)에 비해 관찰이 어렵다는 이유로 연구가 덜 진행돼 왔고, 곤충 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경고는 (<침묵의 봄> 저자 레이첼 카슨 등 일부 선구적 환경운동가들을 제외하면) 학계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곤충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두고 E. O. Wilson이라는 학자는 이렇게 설명하는데, 읽어 보면 정말 섬뜩하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어류•양서류•조류•포유류 상당수는 즉각적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꽃을 피우는 식물과 숲 등 물리적 서식 공간이 파괴질 것이다. 지구가 부패할 것이다. 죽은 식물이 겹겹이 쌓여 말라가면서 자연의 영양분 순환 통로가 비좁아지고, 그러면 더 복잡한 식물들도 사라지고 그때까지 용케 남아 있던 척추동물도 그럴 것이다... 지구는 박테리아•해조류•단순한 다세포 생물만 살던 10억 년 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이언 앵거스 블로그 재인용)
이런 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온실가스와 대기과학(IPCC WG1)은 그나마 잘 알려진 것들이고 생태적•사회적 결과(WG2)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것도 불길한 쪽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처럼 다가올 재앙의 복잡하고 불확실성에 비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면 된다는 해법은 오히려 단순 명쾌하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 단순한 해법을 한사코 가로막는 지금의 체제(자본주의)에는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출처 링크
- 이안 앵거스 블로그(추천👍) https://climateandcapitalism.com/2023/02/16/insect-apocalypse-in-the-anthropocene-i/
- 그림1 Yan Zhou et al., “Long-Term Insect Censuses Capture Progressive Loss of Ecosystem Functioning in East Asia,” Science Advances 9, no. 5 (February 3, 2023).
- 그림 2,4 R. Fox et al., The State of the UK’s Butterflies 2022 (Butterfly Conservation, 2023).
- 그림3 William E. Kunin, “Robust Evidence of Declines in Insect Abundance and Biodiversity,” Nature 574, no. 7780 (October 30, 2019): 641.
- 그림5 농림축산식품부 2월 22일자 보도자료 '대대적 응애 방제로 양봉산업 기반 유지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