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정보와 소식

호주의 기록적 홍수가 기후 운동에 주는 메시지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2022. 3. 9. 23:46

최소 50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는 호주 동부의 모습


호주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서 시드니 일부가 역대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습니다. 벌써 20명 넘게 사망했고 많은 이들이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주일 만에 비가 800mm가 내렸다고 하니까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여름 전체에 걸쳐 내리는 비가 일주일 안에 쏟아진 것과 다름 없습니다. 2010년 서울에도 기록적 폭우가 하룻동안 내려서 광화문 일대가 잠겼는데, 그런 강도로 사흘 이상 쏟아진 것이죠.
호주 동부는 1974년에도 엄청난 홍수를 겪은 바 있는데 그 때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물이 차 올랐다고 합니다. 무려 14.4미터! 한 마디로 최소 50년 이상 경험하지 못한 홍수를 이번에 겪은 것입니다.

 

한편, 지난주에 발표된 IPCC 보고서 내용과 겹쳐 보면 이번 홍수가 그 자체로도 끔찍하지만, 더 끔찍한 기후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번 홍수는 사실 통계적 추세로는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홍수가 닥친 호주 동부 지역은 사실 호우보다는 가뭄 우려가 큰 지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2020년 대화재로 고통 받은 지역이기도 하고, 지난주에 발표된 IPCC AR6 WG2 보고서에서도 장기적 추세로는 일별 최대 강수량이 오히려 감소 추세인 곳입니다.

둘째, 세계적 수준에서는 이번 호주보다 훨씬 더 취약할 지역이 많다는 점입니. 위 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 벌써 5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고 하는데, 이런 호주도 세계적 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편이고 그나마 인프라도 잘 갖춰진 곳입니다.

(왼쪽) 하루 최대 강수량 장기(1950~2018년) 추세, (오른쪽) 강수량 변동 지역의 인구밀도

왼쪽 그래프는 일별 최대 강수량의 증감 추세를 나타내고, 오른쪽은 기근이나 홍수를 겪을 지역의 인구밀도를 각각 황색이나 청색의 농도로 표시한 것입니다. 즉 오른쪽에서 색이 진한 지역은 강수량 변화로 인한 재난(가뭄 또는 호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왼쪽에서 색이 진한 지역은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 밀집돼 있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만 해도 남미 남부와 미국 남부, 인도 서부, 동남아시아가 눈에 띕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기사는 현지 기후 정의 운동에 속한 한 단체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과거에도 홍수를 겪은 바 있는데도 정부는 충분히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과, 후속 대응도 미진해서 현재 이재민들이 스스로 배를 타고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합니다. 또한 최근 호주 정부가 선주민 지역을 침탈하면서까지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대거 승인해서 이번 재앙을 자초해 왔음을 비판합니다. 호주는 또한 대표적인 석탄 수출국가이기도 하죠.

이런 연장선 상에서 노동자, 청년, 선주민이 함께 기후 정의를 요구하고 정부에 항의하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주 지당한 호소이고, 호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후 정의 운동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