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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정보와 소식

다큐영화 '수라' 추천과 새만금 신공항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혹시 극장에서 내려갈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나도 실로 오랜만에 영화관에 갈 짬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영화 자체의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은 덕을 본 것 같다.

이 영화를 접한 계기는 새만금 신공항 반대 운동을 통해서였다.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대의명분이 우선이었다. ´인터뷰 많이 나오고 아름다운 자연 장면도 중간중간 있겠지´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어떻게 저런 걸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새만금 철새와 갯벌 생물들을 인상적으로 촬영한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운동의 대의명분뿐 아니라 자연생태 다큐로서도 아주 볼거리가 많았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이 영화가 약 20년 전에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의 연장선 상에 있고, 20년째 활동 중인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기록과 앞서 만들어진 각종 기록물과 다큐가 있었던 덕분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영화인 셈이다.

"새만금은 다 끝난 줄 알았다"는 감독이자 나레이터의 말은 내 생각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인가 대학교 때인가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운동을 지지했었지만 정부가 결국 공사를 강행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는 20년 가까이 잊고 지냈다. 

그런 나와 달리 일부 사람들은 "매립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면 갯벌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으며 생태기록을 남기고 있었고, 2016년에는 해수 유통 재개 조치까지 이끌어냈다.(쇼킹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해수 유통이 시작하자 흰집게농게(정확한 이름은 아닐 수 있다)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마른 갯벌에서 10년을 버텼니?"라고 묻는 활동가의 말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을 지켜냈다는 반가움, 바닷물만 다시 들어오면 아직 살릴 수 있다는 고집스런 믿음이 입증됐다는 반가움.

정부가 말하는 새만금 간척 사업의 '경제성'은 그간 숱하게 퇴색됐는데도(쌀 농경지 확보라는 애초 명분은 버려진 지 오래다), 혹시 관료들의 자존심 때문에 저러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정부는 완강하게 새만금 사업을 수십 년째 추진하고 있다. 제방은 진작에 완성했지만 매립사업은 아직 한참 남았고, 여전히 싸워서 지킬 수 있는 게 많은 것이다.

그리고 새만금 신공항 추진 사업은 그 최신버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 상황이 바뀌면서 북한을 겨냥한 휴전선 인근의 군기지(미군과 한국군)들을, 중국을 겨냥한 서해와 남해로 재배치 하는 맥락 속에서 정부는 몇 해 전부터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온실가스 감축을 밀어내고 대표적 글로벌 사안이 된 패턴(관련 포스트)이 새만금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배자들에게는 생태 위기보다 세계 패권을 위한 제국주의 경쟁이 언제나, 그것도 한참 더 우선이다. 

그런 만큼 "아버지가 본 것을 나는 못 보고, 더 어린 친구는 내가 본 것마저도 못본다"는 2세대 새만금 활동가의 말은 참으로 무겁다. 새만금 갯벌만이 아니라 기후와 생태계가 통째로 그런 끔찍한 현실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1990년대에도 그랬듯, 지금도 '새만금에는 지킬 만한 멸종위기종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정말 뻔뻔하다) 이 영화는 그런 거짓말을 반박하고 '매립만 하지 않으면 갯벌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환경운동 측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부의 환경 파괴 시도에 끈질기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덕분에,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도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인간vs.자연"이라는 세간의 잘못된 구도를 넘어선다.

새만금 신공항 반대 운동은 현재 국토부를 상대로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운동을 이끄는 단체 중 한 곳인 전북녹색연합 SNS(링크)에 가면 최근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많은 동참을 바란다.

이 글을 쓰는 7월 30일 현재, 아직 영화 '수라'를 볼 수 있는 극장들이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링크) "전체 극장"을 선택하면 시도별로 상영관을 일부 찾을 수 있다.

반드시 "시도별 전체"로 선택해야 성급하게 실망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