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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정보와 소식

엘리베이터 교체 현수막과 낭비 자본주의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인근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했다는 현수막이었습니다.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승강기 교체했다는 소식을 왜 굳이 현수막으로 걸었을까? 그냥 건물 입구에 공지문 하나 붙이면 되고, 실제 주민들에게는 너무 크고 가까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결국 저 현수막은 주민들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베티어의 실제 사용가치보다 그것이 아파트의 '스펙'으로써 아파트 가격 인상 요소가 되길 바란 것이죠. 차량 통행이 많은 동부간선도로에서 잘 보이도록 저렇게 배치했겠죠.

 

저 현수막, 가까이서 보면 무지막지하게 클 것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세로 길이가 7층에 걸쳐 있습니다. 한 층이 2.4m라면 총 길이 16.8m이고, 가로세로 비율을 고려했을 때 폭은 약 7.2m일 듯합니다. 120제곱미터, 36.5평이 넘는 현수막이죠.

 

현수막은 대부분 합성섬유, 그러니까 화석연료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천연 재질 현수막을 쓰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파트가 주거보다는 투자의 성격이 더 강한 탓에 저런 불필요한 현수막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와 시장이 효율적인 경제 작동 방식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가치 증식과 이윤 추구가 핵심 원리인 탓에 불필요한 낭비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이 군대와 무기입니다. 자본주의가 표방하는 무한 경쟁은 군사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고, 예외이기는커녕 역사상 가장 산업화된 군대, 바꿔 말하면 가장 자원소모적인 군대를 양성했습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광고는 '이런 제품이 있는지 미처 모르실까봐 알려 드려요'라기보다는 경쟁사 제품을 누르기 위한 성격이 강합니다.

 

마르크주의자인 마이클 키드런은 심혈을 기울인 연구 끝에 1970년 미국 GDP 중 61퍼센트가 이런 낭비적 생산이라고 집계했습니다. 이마저도 중복 생산이나 지배계급의 과소비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으니까 낭비의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입니다. 그는 2000년에 자신의 연구를 갱신했는데, 30년 만에 미국 생산량은 1.6배 증가했지만 낭비의 비중은 그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20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는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볼 이유가 많습니다.

 

글의 시작은 아파트 현수막이었지만, 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가 낭비를 양산한다고 봅니다. 자본주의는 유용한 생산도 많이 하지만, 마치 실제 단백질은 적으면서 기름만 많이 붙은 질 나쁜 고기처럼, 자본주의에서 생산은 그보다 더 큰 낭비와 들러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훨씬 더 합리적인 경제로 대체해서 그런 낭비를 일소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풍요롭게 살면서도 동시에 더 깨끗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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