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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에너지 요금 인상과 기후 정의 운동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반대를 둘러싸고 기후운동 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정의동맹과 그들이 주축이 된 '4.14기후정의파업'이 요금 인상 철회 요구를 공식화하자, 요금 인상 필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정의당 이헌석씨가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나는 요금인상 철회는 물론이고 요금 인하까지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헌석 씨를 주되게 반박하겠다. 그 다음에는 414기후정의파업 측도 (적어도 그 주요 조직자 한재각 씨는)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논리에 꽤 큰 허점이 있고, 그래서 겉보기와는 달리 이헌석씨와 불길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겠다. (두 분의 글 링크는 하단에 있다.) 이헌석씨가 제시하는 각종 수치들은 모두 전력 원가 산정과 그에 따라 가정용/산업용 요금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
9.24 기후정의행진/ 10.11 전국기간제교사노조 한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 당분간은 계속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두 가지 활동만이라도 기록하고자 들어왔습니다. 첫째는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그간 대규모 집회를 못하다 3년 만에 열린 자리였는데, 많은 분들이 참가하신 것을 보면서 기후 위기로 행동하고자 하는 분들은 상당하고, 변화의 잠재력을 확인했습니다. 둘째, 10월 11일에 전국기간제교사노조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주제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기후위기 불평등의 본질은 계급 불평등이라는 점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교사 분들한테서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내용과 그 한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대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으..
엘리베이터 교체 현수막과 낭비 자본주의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인근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 공사를 했다는 현수막이었습니다.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승강기 교체했다는 소식을 왜 굳이 현수막으로 걸었을까? 그냥 건물 입구에 공지문 하나 붙이면 되고, 실제 주민들에게는 너무 크고 가까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결국 저 현수막은 주민들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베티어의 실제 사용가치보다 그것이 아파트의 '스펙'으로써 아파트 가격 인상 요소가 되길 바란 것이죠. 차량 통행이 많은 동부간선도로에서 잘 보이도록 저렇게 배치했겠죠. 저 현수막, 가까이서 보면 무지막지하게 클 것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세로 길이가 7층에 걸쳐 있습니다. 한 층이 2.4m라면 총 길이 16.8m이고..
에너지 민주주의 포럼, 430 봄바람 순례단 기자회견 오늘 11시 청계광장에서 430 봄바람 순례단 기자회견이 있어서 가 봤습니다. 기후, 평화, 평등(차별금지), 비정규직 네 가지 사회문제로 싸우는 분들을 만나면서 제주도 포함, 전국을 다니신 분들이 향후 열흘은 수도권을 다닌 후 30일 1시 용산에서 대단원을 내린다고 하십니다. 그 때도 시간을 내 봐야겠습니다. 장소를 옮겨서 오후 1시에는 '에너지 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구준모, 류승민, 이헌석 세 분이 향후 에너지 정책 전망과 운동의 과제를 말씀하셨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신한울 3,4호기)와 기존 핵발전소 수명 연장 조기 결정하려는 것에 반대해야 하는 것,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할 뿐 아니라 이익은 민간 기업이 챙기고 부담은 공공이 떠안는 폐해도 막을 것, -천연가스는 온실가..
KB금융, 글로벌 기후악당 금융사 47위로 지목돼 KB금융은 파리협정 이후에도 2021년까지 화석연료 확장 사업 등에 13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는 세계에서 47번째로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시에라클럽 등이 최근 발간하고 350.org, 지구의벗 등이 승인한 ‘2022년 화석연료 금융 보고서’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이 발효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상위 60개 금융회사들이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것을 조사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KB금융 등은 지난해에만 도합 7420억 달러를 투자했고, 전체 5년 동안의 누적 투자금액은 4.6조 달러입니다. 실로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금액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60억 달러를 투자하면 기아 문..
벌이 사라진 봄과 생물다양성, 자본주의 농업 올 봄 들어 전국적으로 벌들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양봉농가의 피해가 주되게 보도됐고 저도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모쪼록 충분히 지원받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벌의 실종은 양봉농가뿐 아니라 훨씬 큰 생태계 문제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왜냐하면 벌 등을 통해서 식물의 수분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월 말에 발표된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에 관한 IPCC 2차 실무그룹 보고서는 벌과 같은 동물(pollinator, 꽃가루 매개자)을 생물다양성 문제(2장)과 식량 문제(5장)를 다루면서 언급합니다. 그에 따르면, 기후 위기의 다른 변화 없이 벌 등의 매개자 동물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과일 생산량은 23퍼센트, 채소는 16퍼센트, 견과류는 22퍼센트 줄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
325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석했습니다 3.25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석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호소한 국제 시위의 한국판입니다. 평일 낮인데도 많은 청소년들이 참석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즉석에서 현장 발언을 신청해서 이번에도 귀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포토타임 시간에는 주최단체 청소년기후행동에서 멋진 사진도 찍어 주셨습니다. 한 분께서 제 발언 모습도 일부 찍었다며 공유해 주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gath279_zsM 즉석에서 한 발언이라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발언의 요지는, 제가 대기과학을 10년 이상 공부하면서 만난 많은 과학자들은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여러분처럼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PCC 보고서는 발간될 때마다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
화석연료 줄이려면, 러시아 제재가 아니라 체제 변화를 주장해야 합니다 #2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쟁에 반대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모든 쟁점에서 화석연료를 줄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낳는 체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러시아의 화석연료만 반대하는 것은, 선한 의도와 다르게 전쟁을 격화하고 화석연료 사용량도 늘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각국은 대대적인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는 화석연료 대폭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독일 정부는 이번에 러시아 규탄 여론에 기대 1000억 유로어치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독일은 양차 대전을 일으킨 과거와 그에 대한 주변국 우려 때문에 군사력에는 투자를 상대적으로 덜 했는데, 180도 전환에 나선 것입니다. 따라서 전쟁과 화석연료 사..
화석연료 줄이려면, 러시아 제재가 아니라 체제 변화를 주장해야 합니다 기후 정의 운동은 "기후 변화가 아닌 체제 변화"라고 오랫동안 강조해 왔습니다. 화석연료 중독을 끊으려면 체제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체제의 한 플레이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는 부분적 흐름만 바뀔 뿐 체제 자체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화석연료 체제는 전쟁을 낳는 체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여러 환경단체들과 한국의 기후위기비상행동이 Stand With Ukraine의 입장에 연명한 것은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Stand With Ukraine의 성명은 러시아를 "이번 전쟁의 유일하고 명백한 호전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모든 비폭력 수단을 동원해서" 러시아를 막을 것을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호주의 기록적 홍수가 기후 운동에 주는 메시지 호주에 기록적 폭우가 내려서 시드니 일부가 역대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습니다. 벌써 20명 넘게 사망했고 많은 이들이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주일 만에 비가 800mm가 내렸다고 하니까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여름 전체에 걸쳐 내리는 비가 일주일 안에 쏟아진 것과 다름 없습니다. 2010년 서울에도 기록적 폭우가 하룻동안 내려서 광화문 일대가 잠겼는데, 그런 강도로 사흘 이상 쏟아진 것이죠. 호주 동부는 1974년에도 엄청난 홍수를 겪은 바 있는데 그 때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물이 차 올랐다고 합니다. 무려 14.4미터! 한 마디로 최소 50년 이상 경험하지 못한 홍수를 이번에 겪은 것입니다. 한편, 지난주에 발표된 IPCC 보고..
연세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연세대 동아리에서 저를 초대해 주셔서 학생들과 '기후 위기, 다른 미래는 가능한가?' 라는 주제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제가 20분동안 발제를 했고, 다른 참석자들께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밝혀 주셨습니다. 원래 예정 시간보다 오버해서 80분가량 진행됐는데도 다들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올해가 대학 생활 첫 해인 22학번 분들도, 고학번 분들도 모두 있었는데 그 분들과 앞으로도 기후 정의 운동에서 함께 보기를 모쪼록 기대하겠습니다!
나의 다짐(《기후변화와 자본주의》 옮긴이 후기) 2011년에 제가 연구보다는 기후 정의 운동에 더 투신하기를 다짐하면서 썼던 글입니다.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첫 출간 당시의 옮긴이 후기입니다. 관련 내용은 셋째 문단부터입니다. 처음 이 책을 소개받을 때 들은 말은 "매우 쉬운 말로 쓴 책"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읽어 보니까 중학교 교과서를 놓은 지 20년이 지난 노동자도 읽고 이해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만약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번역자인 나의 책임이다. 또한 이 책은, 쓸데없이 온갖 기술적 세부 사항들을 늘어놓으며 이것저것 다 고려해야 한다면서 양비론이나 비관론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그런 젠체하는 지식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칼로 무 썰듯이 분명하고 단하호게, 그것도 SF 영화에나 나올..